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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를 읽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블로그가 있다. 바로 'Talk about Software with hani' 이다. 좋아하는 블로그라는 것과 자주 가는 블로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정보나 현재 이슈에 대한 반응를 얻기 위해 RSS Reader에 추가된 수많은 블로그 들이 있지만 정보를 얻는 것에만 만족하는 블로그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도 '미디어 Like'한 블로그들의 패러다임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라면 그런 것 같다.

그에 반해 hani님의 블로그는 Issue Follow up과는 거리가 멀고 본인이 겪었던 일을 토대로 진솔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곳이다. 사실 SI위주의 Story나 애자일 이야기와 같은 것은 Stand alone Project에 익숙한 모바일쟁이에게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모든 진리는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안에서 적용할 거리와 '접근성'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입만 커다란 Big Mouth보다는 hani님의 블로그가 훨씬 더 소중한 글도 많고, 진정한 '파워 블로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 한달전, hani님이 책을 내었다. 팀내의 Management 기법이야 SI와 젊다못해 어린 모바일쟁이를 관리하는 것은 사실 많은 차이가 있고, 가끔씩 나는 타고난 'Manager'란 생각을 하는 바라(쿨럭.. -.-;;;;) 필독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매일같이 얻어가는 블로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에 얼마전 교보 문고를 향했다.

이런.... 책을 사려고 서점에 온게 10년은 넘은 것 같다. 다행히 들어가자마자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기에 헤매지 않고 검색을 해보았다. 다행히 재고는 남아 있었고, 책이 있는 섹션으로 발을 옮겼다.


이런... 의외다.. 그리고 검색해보기를 잘했다. IT Section이 아니고 경영학에 있는 리더십 섹션이다. hani님이 경영학 책을? 설마? hani님.. 교보 문고에 뭘 잘못 하셨나요...? 라고 혼잣말을 하고 책장을 보니 진짜 교보문고와 사이가 안좋은건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책이 꽃혀 있는게 아니고 눕혀있는 것이다.


책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요즘 출퇴근 시간이 하도 길어서 이 책을 출퇴근 시간 하루를 투자해서 다 읽어버렸다. 아날로그 책에 익숙하지 못한 mobizen 치곤 놀랄 만한 일이다. ^^

책 을 읽으면서 내내 판타지 소설 '탐그루'가 생각이 났다. '탐그루'는 하나의 책에서 두개의 스토리가 병렬로 진행되는 다소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hani님의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도 역시 병렬 구성은 아니지만 두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은 소설 형태로 팀장의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Fiction을 다루고 있고, 뒷부분은 실제 기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hani님에게는 Analog책 역시 하나의 Blogging 이었나보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잘 정리된 포스팅을 읽은 느낌이다. 간간히 나오는 예문이나 강조하는 이야기 역시 평소 hani님 블로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전반부의 소설은 프로젝트의 규모를 떠나서 팀을 맞고 있는 팀원이라면 겪을만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근해주고 있다. 묵묵하지만 냉정하게 판단을 해주는 팀원, 사사건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팀원, 무엇을 할 줄 몰라서 허둥되는 팀원, 외부의 요인, 정치 이슈.. 이러한 요소들을 'Communication'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접근을 하고 있다. hani님이 강조한 'Communication' 이야기 중에 가장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대화의 기본은 이해죠. 이해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기초로 상대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복한 세상이 되려면 사람들이 대화를 잘해야 하고, 자신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을 동시에 도모하려면 훌륭한 협상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팀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대화하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hani님의 글에 백배 공감이다.

이 책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팀장이나, 어느 PL이나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팀장이라는 직책은 때로는 매정할 정도의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라는게 분명히 존재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팀장은 팀과 회사에 최대한 피해가 안가게끔 행동을 해야 한다. 실패할 프로젝트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백기'를 드는게 현명할 때가 있다.

3-4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책의 앞 이야기와 뒤 이야기는 hani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계속해서 이어지므로 팀장 여부를 떠나서 한번씩 읽어볼만한 책이다. 특히, hani님의 블로그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낀 독자라면 필독서이다. 이 책은 hani님 블로깅의 연장선이므로...